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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필립 K. 딕의 일렉트릭 드림 (Philip K. Dick's Electric Dream)

아마존 프라임으로 본 필립 K 딕

'유빅'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작가인 필립 K 딕은 1928년에 태어나 1982년에 세상을 떠났다. 내가 보기에 그의 작품은 선과 악 그리고 인간, 환상과 실재에 대한 많은 의문과 감동을 준 작가이다. 굉장히 많은 글을 썼는데, 이번에 아마존 프라임으로 본 그의 작품은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사람은 무엇일까?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고 그의 통찰력에 감탄한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화만 기록해둔다.

 

스포일러가 있다!
스포일러가 있다!
스포일러가 있다!

 

1, Hood Maker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딕 단편집'에서 '머리띠 제작자'로 실려 있다.

초능력과 차별, 혁명과 개인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초능력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놀랍다. 이 세계에는 초능력자가 있다. 그들은 다른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가졌지만, 사회의 시스템에서 차단되어,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 한다. 세상을 훨씬 좋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억눌리고 탄압받는 불합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초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후드가 암암리에 퍼지기 시작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초능력자와 형사로 이루어진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러 나선다. 하지만 여기엔 커다란 음모와 거짓말이 숨어 있었다. 비틀린 세상의 묘사와 경제적 파탄과 강압적인 공권력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온전한 사랑도 아름답게 피어나기 힘들다.

'다르다'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는 결국 혁명이 일어나고 도시는 불탄다.
불합리에 맡서서 도시를 지키려고 했던 자들이 결국 도시를 불태우는 불씨가 되는 비극을 볼 수 있다.

2. Impossible Planet

일렉트로닉 드림에서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다. 개척 행성에서 지구라는 꿈을 들으면서 힘들게 살아온 한 할머니가 원하는 것은 지구에 가는 것 뿐이다. 할머니가 꿈꾸 것은 불가능한 환상이지만,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온 여행사 직원인 남자는 그녀에게서 순수함을 본다.

가짜 지구에서 둘의 여행은 끝난다. 사람들이 바라는 환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가끔은 그 환상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 비극은... 비극이다.

5. Real Life

트라우마가 있는 한 형사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는 기계를 사용한다. 그런데 너무 생생하다. 꿈 속에서 형사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런데 그 성공한 사업가의 삶이 뭔가 이상하다. 꿈 속의 사업가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진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지만, 그것이 진짜든 가짜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실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도망칠 수 있는 달콤한 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에겐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는 것이다. '유빅'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사람은 벗어날 수 없는 가책이 있고 그것을 느끼는 양심이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고통을 싫어하고, 죄를 잊으려고 하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처벌하려는 마음과 어떻게든 돌이키려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잘 표현했다.

단편 원작은 'Exhibit Piece(1954)'다.

6. Human Is

남편은 국가와 인류의 배신자로서 법정에 서게 되고, 주인공인 중년 여자는 증언을 해야 한다. 국가는 남편이 외계인이며 반역자라고 증언하도록 강요한다. 그 때, 중년 여자는 양심에 따라 말한다. 남편은 법정과 국가가 말하는 잔혹하고 끔찍한 외계인일리가 없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이미 인류는 충분히 잔혹하고 끔찍한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 논리에 빠진 군사 법정은 무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요소는 종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인간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모습에 깃들지 않고 영혼에 깃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면서 유빅과 전기양이 좀 많이 생각났다.

7. Kill All Others

소름끼치기도록 요즘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을 죽이라는 메시지를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 '퍼지'처럼 유력한 대선 후보가 공개 토론에서 다른 사람을 죽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한 남자는 처음에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하고, 대선 후보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길 거리에는 다른 사람(Other)를 죽이라는 간판이 걸리기 시작한다. 길 거리에는 아무 이유없이 공격당하는 사람들도 발견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모두가 너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점점 편집증적 공포에 빠지는 남자...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무섭도록 현실적인 이야기다. 우리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소설이나 드라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하는 것이다. 특정 인종, 출신 지역, 학벌, 소득, 성별에 따라 다른 사람을 정의하고 스스럼 없이 공격하는 경우를 우리는 생각보다 흔하게 본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이상한 스티커를 본 적이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유공자가 나쁜 사람들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스티커 였다. 어릴 때 보던 삐라 같은 스티커는 서울 곳곳의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에 붙어 있었다. 누군가 붙이고 다닌 것이다. 섬뜩한 일이다.

8. Autofac

인간의 문명이 전쟁으로 멸망하고, 도시는 거대한 공장이 점령했다.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작은 정착지에 모여 있다. 하지만 공장은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점점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공장의 이름은 오토팩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이야기를 우화로 담은 듯한 내용이다. 인류가 멸망하고 소비자가 사라지자, 만능 공장 오토팩은 소비자를 만든다. 그리고 매트릭스에서 기계들이 매트릭스의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 시온이라는 저항군 도시를 만든 것처럼 에덴이라는 정착지도 오토팩이 소비자 역할을 하는 인조인간들을 관리하기 위한 실험장이었다.

인간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결말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