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로스트 인 스페이스
내가 기억하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게리 올드만이 악역으로 나온 1998년 영화다. 다들 망작이라고 하지만, 나는 꽤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우주로 희망 찬 모험을 떠나는 가족과 그 가족 속에 숨어든 악당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의 로빈스 가족은 위험한 우주로 떠나면서 어린 막내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 탑승해 있는데, 이 가족은 꽤나 위험한 모험을 거치게 된다.
기억이 나는 수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로봇과 친구처럼 지내는 막내 아들과 금속을 갉아 먹는 작은 거미 괴물들. 그리고 그 괴물에게 물린 악당과 먼 미래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 였다. 한 행성에서 가족들은 미래의 자신들을 만나게 되는데, 미래에서 가족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막내 아들 뿐이었다. 막내 아들은 천재였는데, 긴 기간동안 시간 여행을 연구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막내 아들이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거미 괴물에게 물려 괴물이 되어 버린 악당이었다.
악당은 자신만의 끔찍한 계획이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막내 아들이 외계 행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니까, 사악한 목적을 위해서 막내 아들을 살려둔 것이었다. 그런데, 막내 아들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로빈슨 가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선과 악의 묘한 교차와 시간여행, 로봇, 외계 괴물, 천재 소년 그리고 우주여행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나에겐 꽤 매력적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나만 이런 소재들을 매력적으로 여긴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영화화된 1998년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이미 더 오래 전에 드라마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넷플릭스를 통해서 시즌2까지 나왔다.
넷플릭스의 로스트 인 스페이스 시즌 1
로스트 인 스페이스 시즌1의 이야기는 영화의 이야기보다 좀 더 현대적이고, 꼼꼼하게 시작한다. 우주선, 차량, 우주복 같은 여러 가지 소품들은 매우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정말 우주로 사람들이 나간다면 쓸법한 느낌을 준다.
로빈슨 가족의 엄마인 모린은 아들을 부정한 방법으로 우주 여행 계획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가족이 우주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은 지구에 불시착한 어떤 운석이 일으킨 환경변화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운석은 사실 우주선이었고, 그 우주선에서 얻은 물건으로 인류는 알파 센타우리로 점프 할 수 있었다. 알파 센타우리는 우리의 태양과 가장 가까운 항성이다. 거기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있었고, 이미 23번의 이주가 성공한 상태였다. 그리고 로빈슨 가족은 점점 황폐해지는 지구를 뒤로 하고, 24번째 이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고가 생겨서 로빈슨 가족은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고 거기에서 탈출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생긴다. 시즌 1은 일반적인 SF영화 달리, 정말 생길 수 있을 법한 사고들이 가족들을 덥친다. 초기 SF 소설처럼 낮선 환경에서 살아남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물론 이상한 로봇이 등장해서 막내 아들과 친해지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일반적인 SF 영화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좀 임펙트가 약하고, 아이와 외계인이라는 ET식 전개에 식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과 스미스라는 악역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야기는 서서히 정보를 풀어가면서, 로빈슨 가족이 겪은 사고와 외계 로봇의 연관 관계가 서서히 밝혀지고, 진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스미스의 존재도 부각된다. 스미스라는 여자의 본명은 레베카 해리스라는 여자인데, 거짓말이 일상화된 사람이다. 그럴듯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이용한다. 매우 이기적이긴 하지만, 아주 악에 물든 사람은 아니었는데, 본인을 위해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게 되기도 한다. 육체적인 힘 없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자기중심적인 여자는 로빈슨 가족의 희망찬 순수함, 이타적인 모습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인류가 우주로 나가서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성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즌 1에서는 갖은 고생 끝에 겨우 안정되나 했더니, 또 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길을 잃으면서 시즌1은 끝난다.
좀 더 우주 모험다워진 시즌 2
시작하는 장면부터 좀 더 우주 모험스럽다. 낯선 행성에 다시 불시착한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외계 대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온실을 만들어 옥수수도 키운다. 이 장면이 생각보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이 행성을 떠나기 위해서 우주선을 범선처럼 움직이는 장면도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독특한 장면이었다.
시즌2는 여러 가지로 1998년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행성을 가로지르는 인공물이 나오기도 하고, 티타늄을 부식시키는 외계 바이러스 같은 환경이 나오고, 외계 로봇끼리의 액션, 가스 행성을 유영하는 우주 고래,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시즌1은 황량한 지구에서 길을 잃은 가족이라고 해도 괜찮을 법한 지구 같은 행성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좀 더 우주 같은 느낌의 행성들에서 모험이 이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 간의 아름다운 감정을 나누는 장면들은 조금... 지루한 편이다. 그래도 시즌1보다는 전개가 빠르다.
수수께끼들도 많이 밝혀지는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부분은 많은 채로 시즌2가 끝나게 되서 대체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해진다. 이번에는 뭔가 더 큰 비밀들이 나올 것처럼 하고 끝난다.
이러한 구성에 대해서 미스테리로 미스테리를 막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1보다 눈은 더 재미있지만, 악역이 교체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전히 착하기만한 가족 여행이기 때문에 액션과 드라마 모두 놓쳤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로봇
스포일러로 이야기를 하자면, 로빈슨 가족과 만나게 되는 로봇은 생각보다 인류와 깊숙하게 얽혀 있었다. 시즌2의 시작은 크리스마스로 시작하는데, 지구에 추락한 운석도 크리스마스에 떨어졌다. 운석을 조사한 인류가 발견한 것은 외계의 우주선과 그 우주선을 조종하는 로봇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지구에 불시착한 로봇은 인류를 우주 저 멀리 보낼 수 있는 엔진을 주었다. 그러나 인류는 이 우주선의 역설계에 실패하고, 로봇을 이용해서 우주여행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23번의 이주가 성공한 것이다. 24번째 이주에서 다른 외계 로봇들이 인간이 우주 여행을 하는 비밀을 알아낸다.
외계 로봇들이 우주 여행을 하는 인간의 우주선을 급습하고, 동족을 구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그 중 한 대가 로빈슨 가족과 불시착해서, 로빈슨 가족의 막내 아들인 윌 로빈슨과 만나게 된다. 이러한 영문을 모르는 윌 로빈슨은 순수한 마음으로 고장난 로봇을 고쳐주게 되고, 로봇은 윌 로빈슨과 교감하게 된다. 이 교감이 로봇을 바꾸고, 로봇은 로빈슨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 그리고 마음만 이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은 알 수 없는 어떤 방법으로 윌 로빈슨과 로봇이 이어지게 된다. 시즌2에서 윌 로빈슨과 로봇 모두 좀 더 성장하고, 더 강한 유대를 보여준다. 둘의 유대는 종족을 넘어선 공통의 선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바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다.
그렇게 시즌2가 끝난다. 로빈슨 가족의 아이들은 부모와 헤어져 또 다른 어떤 곳으로 점프하게 되는데, 거기서 또 의외의 사건과 마주하면서 끝난다.
대체 언제까지 나오려나.
우주 모험이라는 주제로 이런 작품이 나오는 건 좋은데, 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시즌1로 압축해서 보여줘도 좋은 법한데, 너무 길게 이어지는 것 같다. 최소한 시즌3까지는 나올 것 같다. 아무래도 스미스는 1998년 영화처럼 죽지 않고, 외계 로봇들과 교감할 것 같고,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 역시 시즌2 마지막에 나오는 어떤 우주선과 큰 연관이 있을 것만 같다. 아마도 시간여행이 나오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이상한 드라마가 좀 미적지근하지만, 아무래도 우주를 좋아하는 나는 시즌3도 볼 것 같다.
다 좋은데 모험을 한 가지에 집중해서 하면 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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