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스토리: 로그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안도르라는 캐릭터를 기억할 것이다. Andor는 카시안 안도르의 이야기다.
국내 디즈니 플러스로 3화까지 공개되었고, 3화까지의 내용은 안도르라는 사람의 어린 시절과 현재, 운명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카시안 안도르
안도르의 어린 시절
카시안 안도르의 이름에서 카시안은 케나리 행성 출신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케나리 행성은 녹음이 우거진 광산 행성이었고, 원시 부족 형태의 거주민이 살고 있었다. 안도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어느 날, 우주선이 추락하고 안도르는 마을의 아이들과 함께 추락한 우주선을 찾아가게 된다. 당시 안도르는 소년이었고,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안도르의 어린 시절 회상에서 관객은 안도르의 부족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오직 여동생이 안도르를 '카사(Kassa)'라고 부르는 것만 알 수 있다. 카사는 카시안을 떠올리게 하는 발음이다.
어린 여동생을 마을에 두고 우주선으로 간 아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등학생 정도 되는 리더가 목숨을 잃게 된다. 다른 아이들은 우주선을 떠나지만, 안도르는 겁 없이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우주선을 부수려고 했다. 그리고 추락한 우주선에서 부품을 훔치려고 들어온 '말바'를 만나게 된다. 말바는 안도르를 두고 가면, 죽게 될 것이라면서 그를 데리고 탈출한다.
그렇게 안도르는 고향 행성, 케나리 행성을 떠나게 되고, 이후 케나리 행성에는 탄광 사고 같은 것이 생겼다. 그래서 안도르는 생이별한 여동생을 찾아서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게 된다.
안도르의 현재
5 BBY로 안드로의 현재가 소개된다. BBY는 야빈 전투력으로 5 BBY는 야빈 전투 5년전이다. 야빈 전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IV : 새로운 희망에서 반란 연합이 야빈 IV에서 거둔 대승리를 의미한다. 이 전투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데스 스타를 파괴한다.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원이 데스 스타의 약점을 레아 공주에게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의미 심장하다.
하지만 이 당시 안도르는 매우 불안정한 사람이었다. 빗속을 약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그의 심리 상태와 불안한 상황을 보여준다. 여동생을 찾아 유흥가를 떠돌던 안도르는 프리몰(Pre-Mor) 기업 경찰과 얽혀서 기업 경찰 2명을 죽이게 된다. 프리몰 기업 경찰은 민간 기업의 사설 경비원들 같은 존재로 제국군보다 낮은 위계에 있다. 기업 경찰의 젊은 경위인 '시릴 칸'은 이 사건을 매우 의욕적으로 수사하게 되고, 결국 안도르를 찾아내기에 이른다.
안도르는 기업 경찰 2명을 죽인 후, 말바와 함께 사는 패릭스 행성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어린 카시안 안도르를 반강제적으로 입양하게 된 말바는 안도르의 신분에서 케나리 행성의 흔적을 지웠다. 하지만 패릭스 행성도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패릭스 행성은 일종의 고철 재처리 행성으로 행성 인구의 대부분이 우주선이나 함선을 스크랩해서 고철을 수집하며 살고 있다.
살인죄를 저지른 안도르는 행성에서 떠나기 위해 비밀스러운 거래를 시도하고, 안도르가 제국군 조선소에서 훔친 항해 네비게이션 부품(스타패스 유닛)을 거래하러 온 루선 레일을 만난다.
루선 레일은 안도르가 스타패스 유닛을 훔쳐낸 과정(제국군 군복을 입고, 위장하여 걸어들어가서 들고 나옴)을 듣고 안도르가 뛰어난 첩보원이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를 팰릭스 행성에서 뺴낸다.
운명에 대한 비전
안도르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 단호하고 윤리적 경계를 쉽게 넘는다.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기업 경찰 중 한 명은 그대로 제압하고, 다른 한 명은 주저 없이 죽여버렸다. 거짓말을 쉽게 하고 돈도 갚지 않지만, 좋은 친구도 있고, 정도 많다.
대단한 영웅이 아니지만, 내면은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심리가 불안하고, 쉽게 정착하지 못한다. 안도르 1~3화는 그의 이런 모습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여동생과 고향을 잃었고, 도둑에게 입양되어 빈민가에서 자랐다.
그의 운명은 그에겐 행운을 주기도 하지만, 가혹하다. 루선 레일과 팰릭스 행성을 떠나는 모습은 말바가 어린 그를 케나리 행성에서 구하는 모습과 겹치고, 안도르는 밝은 석양을 보면서 자신의 운명을 마주한다. 우주로 떠나며 안도르가 보는 빛은 로그원에서 진 어소와 함께 바다 너머에서 석양처럼 다가오는 거대한 폭발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말바는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 안도르의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는 마음을 자극한다.
기업과 사람들
현실에서도 기업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고,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자부심에 차 있고, 중소기업에 있는 사람은 대기업을 동경한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든 결국 기업의 사람들은 부조리와 판에 박힌 일상, 적당한 관료주의를 경험하게 된다.
스타워즈에서 기업의 모습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당장 에피소드 1~3편에서는 무역연합이 분리주의에 경도되어 반란을 일으키는데도 스타워즈 속의 기업의 모습은 피상적이다. 로그원 에서는 데스 스타의 건조에 있어서 기업과 유사한 컨소시움 같은 모습과 제국군이지만 대기업 중역 같은 모습의 크로닉 국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안도르에서는 더 적나라한 기업의 모습이 연출된다. 기업은 행성을 통치하고, 기업 산하의 사설 경찰 조직이 국가의 경찰 공권력을 대신한다. 이 기업 경찰은 극단적으로 부패한 조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매우 가혹하다. 금품 갈취, 폭행 등이 쉽게 일어나고 상관들은 눈감아 주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안도르가 기업 경찰을 죽이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더 실랄한 부분은 이런 조직의 젊은 경위인 시릴 칸이다. 시릴 칸은 소영웅주의에 빠진 출세 지향의 팀장으로 자신이 대단한 역할을 하고 고매한 이상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역시 확신은 없다. 그는 그저 늙은 상사의 어중간한 모습에 분노하고, 하위 직원들을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런 팀장은 실제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경험이나 능력은 없지만 돋보이길 원하는 시릴 칸은 상사가 없는 틈을 타서, 자신보다 더 극단적이고 꽉 막힌 현장 지휘관과 의기투합하여 꼭 투입될 의지나 명분이 없는 부하 직원 12명을 데리고 안도르를 체포하러 떠난다. 시릴 칸의 부조리는 팰릭스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서 하는 어리숙한 연설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고 안도르가 팰릭스 행성을 탈출하면서 확정된다.
기업의 모습이 부패하고, 야만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팰릭스의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팰릭스 사람들은 힘든 노동에 종사하지만, 가난하다. 대부분이 우주선에 떼어낸 물자와 부품으로 돈을 벌어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그들의 문화에 깊게 반영되어 있고, 이 모습을 모여주는 장면들은 미국에 살지 않는 나에게도 뭔가 익숙한 느낌을 준다. 거대지만 녹슬고 낡은 중공업 장비들과 끝없이 쌓여있는 고철들, 도시 외곽에 펼쳐진 거대한 벼농사 경작지는 팰릭스의 모습이 현실의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기업에 묘사되는 사람들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솔직하고 강인하고,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 속의 내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자면, 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매우 비판적이다. 내 관점에서 프리몰 기업 경찰의 모습은 화려하고 깔끔한 오피스에서 교양있게 일하는 유니콘 기업의 직원들을 떠올리게 하고, 팰릭스의 사람들은 물류 센터나 제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멋진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성장하며, 더 네트워킹하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적으로 일하며,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무실 밖에는 에어콘도 없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앱에 표시되는 몇 십원을 받기 위해 더 걷거나 더 싼 이자를 찾아 대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도르 1~3화는 기업과 사람들의 갈등과 증오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디즈니가 보여준 기존의 PC와 좀 다른 PC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안도르는 3화 단위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하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고,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심각하고, 우울하고, 어두침침하지만, 인간성의 긍정적인 모습과 희망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으면 한다.
알다니 행성
안도르 4~6화는 알다니라는 행성에서 진행된다. 알다니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사건도 치밀하고, 캐릭터들간의 개성도 뛰어나며, 볼꺼리도 많았다.
루선 레일은 안도르에게 의뢰를 한다. 루선은 어떤 일을 꾸미고 있었고, 안도르는 그 일의 적임자였다. 이상적인 가치로 안도르를 설득하던 루선은 결국 돈을 제시하고, 선금으로 카이버 수정 목걸이를 준다.
이 장면에서 루선에서 실은 돈이 그리 많으며, 안도르가 이상에 대해 잘 설득되지 않자, 블러핑을 하며 거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루선은 사실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제국의 수도인 코러산트에서 고미술 상점을 운영하며 거짓 웃음으로 진짜 얼굴을 가리는 사교성 좋은 주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루선은 제국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자금을 모으는게 쉽지 않은 상태다. 그의 연줄인 몬 모스마 의원도 제국의 감시를 받고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루선은 조심스럽게 제국의 여러 기지와 시설에서 필요한 물건을 훔쳐냈고, 알다니 행성의 제국군 기지에 보관 중인 제국 병사들의 급료를 털려고 한다. 안도르는 그 팀의 마지막 멤버로 돈을 운반할 화물선을 몰 파일럿이었다.
제국은 어떻게 은하계를 지배하는가?
알다니 행성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제국의 잔인함과 교활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제국은 기업보다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을 앞세워 행성계를 지배하지만, 기업이 조금이라서 실수를 하면, 그 실수를 트집잡아 기업의 자산을 거침없이 빼앗아 간다.
보통의 이야기에서 기업이 공권력보다 유능하고, 공권력은 관료제에 빠져 무능하고 부패한 것으로 그려지지만, 안도르에서는 이 구도가 정반대로 되어 있다. 제국은 강력한 조직력을 가진 엘리트 조직으로 묘사되며, 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행성과 소수민족들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기업과 법령을 앞세워서 탄압하고 있다.
행성마다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행성 원주민들에게 협상을 가장한 기만적인 선택을 강압하면서 조금씩 행성 원주민의 문화와 삶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알다니에서 작전을 펴는 작은 저항 조직의 구성원 중 하나인 네믹은 제국은 사람들이 알아차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빼앗아 간다고 말하고, 알다니 기지의 거만한 사령관은 압제자의 입장에서 행성 원주민들의 문화를 비하하고, 그들이 무시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는 무엇에 분노하는가?
6화에서 안도르는 다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안도르가 6화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그러하듯이 안도르가 100% 순수한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도둑질을 하기도 하고, 돈을 떼먹기도 하고 지금은 범죄자이며, 반란군이다.
드라마에는 2가지 악이 있다. 한 부류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한다. 다른 부류는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면서 의도적으로 악행을 하고 그게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안도르는 잘못된 게 무엇인지 느낄 뿐, 알지는 못했다. 틈틈이 선언문을 쓰는 네믹과의 만남은 그가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 스킨과의 갈등을 통해서 저열한 이기심에 대해 분노하게 되면서 스킨과는 다른 자신의 정의관을 분명하게 하는 것 같다.
이로써 안도르는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원에서처럼 가슴으로 움직이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캐릭터에 가까워지고 있다. 6화 이후, 루선과의 재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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