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던트는 2014년에 나온 멕시코 영화로, 뒤틀리고 반복된 시간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시괴담에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사람이 처음과 끝이 이어진 무한한 시간과 공간 사이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단순한 괴담 수준의 호러 이야기에서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구성으로 만든 영화이다.
돌고 도는 이야기
첫 번째 사건은 너무나도 전형적이다. 좀도둑 형제를 잡기 위해서 한 형사가 나타나고, 계단으로 도망치는 형제를 잡기 위해서 형사가 총을 쏜다. 다리에 총을 맞은 형은 천천히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세 사람은 이 계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계단은 9층과 1층이 이어진 이상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소모되는 것은 인간의 삶 뿐이다. 반복되는 하루가 35년간 계속된다.
총에 맞은 형은 죽고, 형사는 35년간 늙어서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이 된다. 형사에게 형을 잃ㄱ은 동생은 무한히 재생되는 계단과 자판기와 가방 속의 물건을 이용해서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형사가 늙어 죽을 때가 되자, 갑자기 무언가를 기억났다고 말한다. 자신은 형사가 아니며, 이전에 이런 반복적인 삶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흥미로워진다. 한 사람의 죽음과 나의 죽음 사이에서 35년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계단의 이야기 외에 몇 개나 더 있었던 것이다. 겨우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진짜 이름과 경험을 깨닫는 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한 명의 주인공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된 35년간 반복을 다른 누군가가 죽음으로써 벗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35년간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할머니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게서 나로 이어지며, 나는 다시 할머니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 쳇바퀴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실수가 죽음을 부르고 실수를 후회하고, 죽음을 슬퍼하면서 35년의 림보에서 살다가 그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른 이름과 역할로 쳇바퀴를 도는 것이다. 한 사람이 죽을 때야, 후회가 멈추고, 내가 죽을 때가 되서야 진실을 알게 된다.
해석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이야기
안타까운 점은 항상 같다. 영화를 보면, 감상을 말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영화가 수수께끼가 되어 버린다. 수수께끼가 되어 버린 영화는 정답과 풀이만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해석은 인시던트라는 사건의 풀이로 이어진다. 해석의 과정에서 이야기는 사라지고, 거기에서 영화를 본 사람의 공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설정만 남은 채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채 사라진다. 이 영화의 해석은 간단하다. 같은 시공간을 뱅뱅 돈다. 같은 시공간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 시공간이 나의 조부모와 겹치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반복되는 시공간 3개를 겹쳐서 세대의 이야기를 하며, 시작과 끝에 죽음을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가장 탁월한 점은 결국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을 알려주지만, 그걸 들은 인물이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이 반복되는 시공간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는 이들은 모두 닫힌 반복 공간을 인지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해석이 말해줘야 하는 것은 반복된다는 것을 아는 삶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삶의 차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누구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에게 죽음이 올 때까지 하루하루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죽음과 상실, 실수와 후회에 대해서 아주 잘 알면서도 우리는 이미 그런 감정과 삶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둔감하다.
누군가 먼저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빠르게 잊어버리고, 세대를 반복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웨딩 드레스를 입은 늙은 여자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장면이다.
에스컬레이터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의 경우와 다르게 그녀는 아무에게도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저 인내했고, 그저 빨간 다이어리를 남길 뿐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우리의 우주는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과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을 동시에 준다. 우리 선택은 반복적이고 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는 선택할 수 있어 보이는 부분을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할 수 없어 보이는 부분을 선택할 수 있다.
인시던트는 선택과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영화 속의 이야기에서 보여준다. 반복되는 시공간 안에서도 성실하고 규칙적으로 치열하게 살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나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 기회는 자신을 잃고 사악한 운명이 쓴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로 사는 삶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기회가 실제로는 새로운 기회가 아니고, 반복되는 삶이 실제로는 지옥이 아닌 것이다.
진짜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이라는 것이다.
여담으로, 반복되는 삶 속의 광경을 풀어낸 장면들 속에서 감독과 제작진이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했는지 감탄하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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