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2021년 영화 듄에서 폴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로 나오는 '레베카 페르구손'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다. 이 영화에는 강렬한 인상을 가진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존윅에서 여자 보스를 지키지 못한 경호원으로 나오는 '커먼'도 영화 속의 무서운 사법부 집행관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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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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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011년 이북으로 출간된 휴 하위(Hugh Howey)의 소설 'Wool'이 원작이다. 울은 센서의 렌즈를 닦는 부드러운 천을 뜻한다. Wool로 센서를 딱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밖은 유독성 대기로 오염되어 있다. 즉 센서를 딱으려고 나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지하 144층의 사일로 안에서 살아간다.(엘리베이터는 없다.)
그래서 제목이 Silo다. 한국 번역명인지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다. 제목은 좀 유치해 보이지만, 의외로 심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화되면서 책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번역자는 이전 '울' 때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
1화를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일단 PC게임인 폴아웃(Fallout, 1997)이 떠오른다. 폴아웃은 핵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벙커인 '볼트'에서 물 정화 필터가 고장나면서 시작되는 모험을 다루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이다. 게임 내의 볼트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하시설로 나오고, 시설 밖은 사람이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적대적인 환경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볼트는 하나가 아니었고, 다양한 볼트가 있었으며, 볼트는 누군가에 목적에 의해 감시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밝혀진다. 또 주인공은 볼트로 돌아가지 않고, 황무지에서 모험을 하면서 포스트아포칼립스 세상을 구한다.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로 어센션, Ascension (2014)이 있다. 어센션은 자급자족한 생태계를 가진 거대한 우주선으로 복고풍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의 목적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먼 행성으로 가는 것인데, 실제로 이 우주선은 일종의 실험실이며, 진짜로는 지하에 있는 시설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Silo의 경우에는 144층, 10,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지하시설에서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방향은 144층 아래에 있는 또 다른 폐허이다. 과거 사일로는 거대한 반란이 있었다. 사일로 외부의 지상은 독성 공기로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문을 열면 사일로의 모두가 몰살한다. 하지만, 자유를 바라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문을 열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그 이후로 사일로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반란의 씨앗을 막기 위해서인지, 모든 기록을 없애버렸다. 그런데, 기록을 모두 없애기 전에 정보를 담은 하드 디스크가 발견되고, 144층 아래에 있는 잊혀진 터널까지 알게 된다.
144층 지하에서 진실을 알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떤 사건에 의해서 사일로의 보안관이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여기까지가 1화와 2화의 내용이다.
예전의 소설 '울'이 출판되었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라 영상화 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소설도 영화화도 잊혀지고 지금에서야 나오게 되었다.
소설을 다 읽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해둔 부분이 재미있어서 이 글을 적는다. 2023년판 드라마에서 '홀스턴'의 아내 '엘리슨'은 사일로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바깥 세계의 풍경이 조작되어 있다고 말한다. 바깥 세상은 다시 풍요롭게 바뀌었는데, 누군가가 어떤 의도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믿게 된다.
이 과정이 영상에서 잘 설계되어 있다. 엘리슨은 자식을 갖고 싶었지만, 사일로의 환경과 규칙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평소에도 규칙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진 그녀는 사일로 바깥에 자유가 있다고 믿게 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외부 센서를 청소하고 진실을 보여주려고 한다.
식당에서 외부 센서로 보는 바깥은 매우 잔인한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바깥은 독성 대기에 의해서 황폐하게 변한 상태이다. 그리고 추방당한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센서가 더러워지면서 바깥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엘리슨은 결국 밖으로 나가고 죽게 된다. 홀스턴도 아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밖으로 나가게 된다. 엘리슨은 홀스턴에게 사일로에서 보는 외부 풍경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짜라고 말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풍요로운 바깥의 영상을 황폐한 상태로 바뀌어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홀스턴이 밖으로 나갔을 때, 홀스턴은 맑은 하늘과 초록이 우거진 수풀을 보게 된다. 그런데 녹음이 가득한 세상을 보여주는 헬멧 안의 풍경 속에서 아내의 시체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단편이었던 소설 1권까지의 이야기다. 이 정도면 이 이야기의 암울함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밖으로 나가서 죽는 이유는 공기를 몇 분 정도 분량밖에 넣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가서 외부 센서를 청소할 정도, 부드러운 천으로 센서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는 몇 분 동안만 살 수 있는 공기를 넣어준다. 왜 충분한 공기를 넣어주지 않는지는 사일로 내부의 공기가 딱 1만명을 유지할 정도의 수준만 유지되기 때문으로 본다. 공기를 바깥으로 누출하거나, 추방자를 위해 낭비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애플 티비에서는 1권 이후의 내용까지 영상으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홀스턴이 죽고, 보안관이 된 줄리엣 역시 결국 밖으로 나가게 된다. 소설은 이 이후부터는 평가가 부정적이다. 강렬한 단편과 흥미로운 세계관에 사족을 붙이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반란 이전의 내용을 담은 부분도 소설 개정판으로 출간이 다시 되긴 했다. 개정판 이북은 아직 없다.
혹시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나중에라도 수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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