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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릭 앤 모티 시즌5(Rick and Morty SE5), C-137의 릭

수많은 다중우주가 있다. 다중우주에는 무한한 릭이 있다. 그리고 그 릭 중에서 각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릭이 있는 우주가 있다. 이 릭 중에서 누군가,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포탈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포탈건은 사용자에게 신과 같은 힘을 준다.

하지만 포탈건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포탈건이 매우 위험한 어떤 곳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포탈건을 사용하는 릭은 이 위험과 모험의 차이를 이미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시즌1을 보면서 C-137 우주의 릭으로 시작한다. 이 릭은 다른 릭과 달리 모험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릭이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우주에서 찾아온 릭 때문에 비극이 일어난다. 차고에서 연구 중이던 C-137에게 다른 릭이 포탈건을 만들어서 찾아오고, 모험을 제안한다. 하지만 C-137은 거부한다. 그런데 이 제안을 거부한 후, 갑자기 폭탄이 포탈을 통해 보내진다. 폭발로 인해서 C-137은 아내와 딸을 잃게 된다. 가족을 잃은 후, 비참한 삶을 살던 C-137은 변한다.

C-137은 포탈건을 만들고, 수많은 다중우주를 건너면서 자신이 처음 만난 릭을 찾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른 모든 릭을 죽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버드맨을 만나 우주 연방과 전쟁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찾고, 죽여도 릭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 편 다른 다중우주의 릭들은 릭을 계속해서 죽이는 이 릭을 막기 위해 뭉치지만 강력한 전사인 C-137을 이길 순 없었다.

무한한 우주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릭을 찾을 수 없었던 C-137은 복수를 포기하고, 어느 다른 우주의 자신의 딸을 찾아간다. 모험을 떠나 버려진 어느 우주의 딸을. 지금 C-137의 스미스 가족은 자신의 가족이 아닌 것이다. 베스와 관련된 이슈도 이걸로 이해가 쉽다. 

한편, C-137의 복수에서 살아남은 릭들은 시타델을 만든다. 시타델은 릭을 위한 우주 도시인데, 이 도시는 엄청난 양의 포탈건 연료를 정제하고 있다. 이 포탈건의 연료를 통제하므로서 시타델이 통제된다. 모든 릭은 모험을 갈망하지며, 모험의 파트너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외롭다는 것이다. 스릴과 통제, 외로움이 릭들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혼자 살아갈 용기가 없는 릭들은 무서운 일을 벌인다. 

우주는 무한하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는 시간여행이란 큰 의미가 없다. 시간 여행으로 나의 사건을 바꿔도, 우주 어딘가에서는 그 사건이 일어난 자신이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게 시간경찰에게 잡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일이 일어난 우주를 찾을 수 있으면, 그 우주의 릭으로 살면 된다. 그리고 릭은 릭을 죽이는데 죄책감이 없다. 릭은 자신이며, 무한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릭은 릭에게 생긴 모든 비극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증오하는 C-137의 릭은 상호협력하여 시타델을 구성하는 릭들과 다르다.

시타델은 무한한 릭 중에서 각 우주의 천재인 릭만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가장 똑똑한 릭들은 다른 우주의 모티를 착취하기 시작한다. 천재가 아닌 릭이 사는 우주에서 모티가 태어나게 한 후, 그 모티를 복제해서 각각의 유일한 진짜 모티를 만들고, 그 모티를 릭에게 붙여준다. 완벽은 릭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릭의 완벽에 대한 집착은 가짜조차 진짜처럼 만든다. 그래서 릭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험하며 외롭지 않게 된다. 하지만 다중우주의 여행자는 다중우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시타델의 릭들이 하는 모험은 모티를 끊임없이 소모하면서 가족의 맛을 느끼는 과자나, 시타델을 전복하는 릭의 맛을 느낀다. C-137의 릭이 가장 릭 다운 릭이라는 것이 이런 부분을 암시한다. C-137은 스미스 가족과 함께 살면서, 모험을 즐기고 계속 다른 릭을 엿먹인다. 릭은 사위인 스미스를 놀리고 무시하지만, 릭은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릭의 모험은 모순적이며, 자기 파괴적이다.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할아버지와 모험을 떠나는 모티에게 있어서 릭은 지옥인 것이다. 벗어날 수도 없는 고통인 것이다. 모티가 세상을 알아가고, 릭에 대해 알아갈수록 릭을 벗어나기 어렵다. C-137과 모험하는 모티는 릭을 이해해가면서 릭의 고통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문제들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반면, 릭의 착취와 압제를 이해한 모티는 사악한 모티가 되어 릭이 없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시타델에서 파는 무한기차에서 탈출하는 것처럼 사악한 모티는 시타델을 접수했다. 릭은 모험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티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악한 모티는 시타델의 모든 릭을 죽이면서, 시타델의 자원을 이용해서 중심 곡선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를 찾아낸다. 그 우주에서는 포탈건이 노란색으로 열린다.

이게 C-137과 시타델의 관계의 진실과 끝이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진실을 갖고 있다. 가족과 나라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은 항상 멋진 일을 꿈꾼다.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험은 가족을 멀게 만든다. 직장에서 성공하거나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가족을 챙길 수 없다. 우리는 항상 두 가지 짐을 가지고 있다. 서로 같이 담을 수 없는 두 가지다. 어떤 사람에게는 민트와 초코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나와 가족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릭의 이야기는 중년 남자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중년의 남자는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지만, 아는 것을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함께 할 상대도 없으며, 누구의 이해도 받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가족이란 얇은 환상이며, 끊임없이 모험으로부터 자신을 속박하지만, 가족이 없이 사는 것은 두렵고, 외로운 일이다.

어떤 사람은 릭 앤 모티에서 멋진 모험과 떡밥, 흥미로운 전개와 새로움을 보지만, 나는 릭 앤 모티에서 중년에 이르지 않은 어린 소년과 중년을 지난 노인의 시선을 본다.

시즌 6을 기다려본다.

그러나...

이상한 부분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각 에피소드를 비교해봐야겠지만, SE01 EP09(넷플릭스에서는 파일럿 에피소드 때문에 EP10이다.)에서 릭이 기억을 스캔 당한다. 다른 릭들은 그냥 죽였지만, 이 릭은 모티들로 둘러싸인 엄폐 시설 안에서 기억을 스캔당한다.

이 기억이 SE5 EP10에 잠시 나온다. 그런데 릭이 포탈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폭탄 릭의 구멍 9개짜리 포탈건이 나오는데, SE5 EP09의 릭의 차고에서 이 포탈건이 나온다. 다른 릭의 포탈건은 녹색 구멍이 3개다. C-137 릭의 기억에서 그는 다른 형태의 포탈건을 만드는데, 차고에 프로토타입 포탈건이 따로 나온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베스와 복제 베스를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릭도 릭의 복제일 수 있다. 릭은 과연 진짜 릭일까? 무한한 다중우주에서 왜 아내와 딸과 함께 안락하게 사는 릭은 없는 걸까?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