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 로봇의 시즌4가 나왔다.
이번에는 임팩트보다는 잔잔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넷플릭스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은 모두 SF 단편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스파이더 로즈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브루스 스털링의 세계관
"Spider Rose"는 Bruce Sterling의 초기 작품집 Crystal Express (1989)에 실린 단편으로 Blur Studio가 제작했다.
브루스 스털링의 세계관 중에서 기계와 유전공학을 기반으로 대립하는 두 개의 전쟁 파벌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Schismatrix란 소설에 나오는 셰이퍼/메카니스트 세계이다. 셰이퍼(Shaper)는 유전공학을 주로 사용하고, 메카니스트(Mechanist) 사이버 펑크 풍의 기계화를 추구하는 파벌이다.
지난 2022년 시즌3에 나왔던 스웜(Swarm)도 같은 세계관이다. 사이먼 아프리엘 박사는 스웜이라는 군체의 힘을 이용하려는 셰이퍼라고 할 수 있다. 사이먼을 스웜 군체로 이동 시켜주는 이상한 외계인이 나오는데, 이 외계인들이 셰이퍼/메카니스트 세계관의 외계인 '투자자'다. 셰이퍼/메카니스트 세계관은 두 개의 기술 파벌이 전쟁을 벌이는 태양계에 성간 여행이 가능한 '투자자'라는 외계인까지 더해진 세계로 시즌 4의 스파이더 로즈에도 투자자가 출연한다.
거래를 추구하는 외계인, '투자자(The Investors)'
'투자자'들은 성간 여행의 비밀을 독점하고 거래와 교환에 집착한다. 투자자들이 스파이더 로즈를 찾아온 이유는 스파이더 로즈가 가지고 있는 우주적으로 희귀한 광석을 거래하기 위해서 였다. 투자자의 거대한 우주선이 마치 거미가 만든 그물처럼 보이는 로즈의 우주 거주지를 찾아왔다.
스파이더 로즈는 메카니스트로 원래의 이름은 리디아 마르티네스였다. 그리고 보석을 기반으로 강력한 무기를 원했지만, 투자자는 규약에 따라 무기를 거래할 수 없었다. 투자자는 거래는 하지만, 인류의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직 거래만을 원했다. 하지만 로즈는 원수를 죽이기 위한 강력한 무기 외에는 원하지 않았다.
거래가 결렬되려고 하자, 투자자는 로즈가 애완동물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이윤을 위한 작은 코'인 투자자의 마스코트와 광물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거기에 96일동안 체험 기간 후 결정하라는 조건을 내민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스토리
스파이더 로즈는 친구들을 셰이퍼와의 전쟁 때문에 잃었고, 그래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외계인이 준 애완동물을 96일간 키워보기로 한다. 그리고 애완동물을 노지라고 이름 짓고, 키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노지는 아주 이상한 애완동물이었는데, 전 주인들의 DNA를 모두 갖고 있어서 꽤 많은 주인들을 거쳤다는 암시가 스쳐 간다.
그리고 노지는 로즈의 거주지에 있는 애완 곤충을 먹어치우고 변태하여 원래 모습보다 인간에게 더 적합한 모습으로 변태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나 싶었는데...
로즈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 로즈의 원수이자, 셰이퍼인 제이드가 나타나 우주 거주지를 공격한다. 제이드는 클론을 자신을 복제해서 로즈와 친구들을 공격했고, 이 사건 이후, 로즈는 대부분의 몸체가 기계화하고 혼자 살아남아서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 제이드의 클론 11개체를 죽인 후였다. 이번에 나타난 제이드는 원본인 제이드 프라임이었고, 로즈와 치열한 결전을 벌인 끝에 죽게 된다.
결국 로즈가 승리하지만, 거주지의 생명 보호와 식량 생산 능력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로즈와 노지는 10일을 못 버티는 상황에 처한다. 러브, 데스 + 로봇의 이야기에서는 로즈가 노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96일 후 돌아온 투자자가 남아있는 고치와 로즈가 팔려고 했던 희귀 광물을 회수한다. 그리고 고치 안에서 나온 것은 로즈를 매우 닮게 변화한 노지였다.
투자자는 이 생물을 보고 자신들의 언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데, 자막으로 보면, '귀엽군' 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원작과의 차이
시즌 3의 스웜에 비해서는 충격이 덜하다는 말이 있는데, 원작에 대한 내용을 몇 가지 찾아보니 충격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작에 대한 검색을 통해 알아낸 것으로 영상화된 부분의 이해도 높아졌다.
먼저 로즈는 그냥 기계주의자가 아니라 기계를 통해서 생물을 통제하려고 했다. 그래서 로즈의 우주 거주지가 거미 모양이고, 곤충을 닮은 드론들이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계를 통해서 생물을 계량하려고 했다. 그래서 셰이퍼인 제이드 프라임과의 전투에서 클론들을 녹여버리는 생물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로즈가 하려던 것은 기계의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생물을 조정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원작에서는 로즈가 노지를 먹어치우고, 고치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이러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로즈가 통제하려고 했던 로즈의 실험체들이 투자자를 만나면서 로즈의 의지와 다르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작을 읽어봐야겠지만, 인간이 만든 생명체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지와 그렇게 만들어진 생명을 통해서 인간이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에 대한 단편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공개되어 있는 구절을 보면, 소설 속의 로즈는 노지를 통해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긴 하지만, 통제를 바라는 애완동물처럼 묘사되는 부분도 있다.
러브, 데스 +로봇에서는 이 마지막을 부분에서 원본을 따르지 않고, 노지가 로즈를 먹어치워버리는데, 이렇게 되면서 뭔가 이상한 결말이 되었다. 애완동물을 먹어치우는 묘사가 나가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한 부분은 뛰어난 작품의 가능성을 깍아먹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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